오피니언 > 사설 > 2021-01-28 오전 5:53:27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원점에서 재설계 해야

국토교통부가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기본설계(노선, 정거장 등)와 관련하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지난달 28일 공개한 가운데, 본지가 평가서 초안을 검토한 결과 해당 노선은 문화재 훼손 및 자연·생태환경적 파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군 덕곡면을 관통하는 대안1 노선의 경우 백리고분군과 노고산성을 터널로 관통하여 공사시 문화재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백리고분군은 덕곡면 백리에 있는 대가야시대와 통일신라시대 고분군으로 백리 새터마을 뒤쪽 고분군의 경우 원형 봉토문 40여 기와 돌덧널무덤 50여 기가 분포하고 있으며, 넓내마을 뒤쪽 고분군의 경우 원형 봉토분 30여 기와 돌덧널무덤 수백 기가 분포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이다. 특히 철도 터널 공사 시 진동으로 인한 붕괴는 물론 지하 수맥 교란으로 인해 매장 유물·유구의 훼손이 우려된다.
또한 노고산성은 노고산 정상부에 축조된 대가야시대 산성으로, 신라에 의해 재사용되었다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축성하여 전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의 둘레는 800m 정도로, 성안에는 우물자리 2곳과 망대 및 봉수대 흔적도 있다. 산성 정상에서는 성주의 수륜과 대가천 상류가 한눈에 들어와 성주방면에서 침입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산성으로, 가야산의 가야산성과 아래쪽의 예리산성을 연결하는 대가야의 중요한 방어선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산성의 축조가 석축으로 인해 철도 터널 공사 시 진동으로 인한 붕괴가 우려된다.
이 같이 해당 노선에 대가야시대 문화유산이 분포하고 있음에도 이를 우회하지 않고 노선을 결정한 것은 졸속 계획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해당 노선이 지나는 옥계저수지 인근에는 이끼도롱뇽 서식지가 있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이끼도롱뇽의 학명은 Karsenia Koreana으로 학명에 Koreana가 붙은 것은 한국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종이라는 의미로, 2005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되어 세계 생물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아시아에 사는 다른 도롱뇽은 허파로 호흡을 하지만 이끼도롱뇽은 허파가 없고 피부호흡을 하며 아시아의 도롱뇽에는 없는 혀·발·두개골을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학계에서는 생물의 희귀성뿐만 아니라 피부로 호흡하는 도롱뇽의 99%는 북미와 중미에 서식하고 나머지는 유럽의 극히 일부 지역에 서식하지만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과거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이 이어져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로 활용되어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끼도롱뇽은 아시아에서는 서식하지 않으며 국내에서의 서식지도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일부지역을 포함해 10여 곳 밖에 되지 않아 그 희소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서식환경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산지대의 이끼가 낀 돌 밑에 숨어 살며 다른 도롱뇽이 개구리와 같이 수중에 알을 놓고 부화하는 것과 다르게 돌 밑에 알을 붙여 놓는 습성으로 인해 철도 공사로 인한 진동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옥계저수지 인근을 포함해 덕곡면 용흥리에서 가야산까지 이르는 지역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을 비롯해 2급인 담비와 삵의 서식지가 확인되어 철도 공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우려된다. 2014년 실시된 제4차 전국자연환경조사에서는 가야산국립공원 일대와 덕곡면 일원에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수달을 비롯하여 2급인 담비, 삵이 빈번히 관찰되었다며, 이 지역은 멸종위기야생생물의 서식에 중요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도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제329호)도 가야산에서 동면을 하며 가야산 일대는 물론 고령 일대에서도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철도 공사로 인한 피해는 물론 운영으로 인한 서식지 침해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공람된 초안의 부실 평가 의혹이 제기된다. 문헌조사(2km)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비롯해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담비와 삵이 서식한다고 명시하면서도 현지조사(500m)에서 수달을 발견하지 못하고 삵만 발견되었다고 명시하며 종합평가에서 생물다양성·서식지 보전과 관련하여 사업으로 인한 법정보호종의 영향을 미미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헌조사에서 인용한 제4차 전국자연환경조사에서는 덕곡면 용흥리 일원에서부터 가야산까지 해당 지역에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음에도 이번 초안 평가에서는 육상에 노출된 교량 연결지점 2곳만 조사하고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서식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명백한 부실 평가로 보인다.
또한 이끼도롱뇽은 아시아 대륙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서식하며 국내에서도 충남과 전북 일부지역과 덕곡면 지역에서 서식하는 보존가치가 높은 멸종위기의 희귀종이다. 과거 논란이 된 천성산(경부고속철도 터널) 도롱뇽과는 그 존귀부터 다르다. 충청남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의거 2017년에 이끼도롱뇽을 ‘야생동물보호종’으로 지정했다. 환경부도 멸종위기종 지정에 앞서 보호관찰 대상인 관찰종으로 지정해 놓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끼도롱뇽의 서식지 파괴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명백한 부실 평가로 보인다.

동물뿐만 아니라 덕곡저수지 인근에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진귀한 임상)이 지정되어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일대에 공익용산지로 지정해 놓았다. 산림청은 산림기본계획에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우리나라 대표 산림생태계로 보전가치가 높다며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보호구역은 더 확대될 계획이다. 그러나 인접한 지역에서의 철도 터널공사로 인해 지하 수맥을 교란할 경우 식물의 생태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고시한 ‘환경친화적 철도건설 지침’에 따르면 철도 공사 시 동식물상 중점 평가사항으로 수목 및 서식지 훼손이 될 경우 우회노선을 검토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대하여는 최대한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철도시설을 설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 지도와 같이 국토교통부가 내어 놓은 안은 자연·생태환경적으로 덕곡면을 절대 통과할 수 없는 노선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각종 개발계획이나 개발 사업을 수립·시행함에 있어 타당성 조사 등 계획 초기단계에서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토록 함으로써 ‘개발과 보전의 조화’ 즉,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타당성조사 시 환경측면이 고려되지 않아 계획이 확정된 이후의 사업 실시단계에서 지역주민의 저항 등으로 사업의 지연 및 취소로 인한 사회문제와 경제적 손실 초래를 국토부와 환경부도 동강댐·사패산·천성산 사건으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남부내륙철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은 명백한 부실 평가로 드러났다. 그러므로 환경부는 국토부가 요청한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고령군이 대가야읍에 위치한 고령정수장 폐쇄를 결정하고 현재 추진하고 있어, 국토부는 대가야읍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전제로 원점에서 노선을 다시 재설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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