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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칼럼

[박장호 칼럼] 사법부 개혁, 지금이 적기다

[407호] 입력ㆍ발행 : 2018-11-20

우리말에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대개 근면 성실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으며 사회 규정을 잘 지키는 한 마디로 착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때로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규정을 잘 지키는 사람이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든 법에 호소할 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의 10만 명당 범죄율은 3,495명(2016년 기준)으로 100명 기준 3.5명이다. 특히 사기범죄는 연평균 25만 건에 이른다. 절도범죄의 연간 20만 건에 비해 훨씬 높다.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형사사건과 별개로 개인 간의 분쟁으로 인한 송사까지 더한다면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들은 한두 번씩은 법에 호소하며 법원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법 대로 하자”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각종 분쟁에 있어서 법원은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그런데 법원에서 판단을 하는 판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헌법과 법률에 상반되는 판결을 한다면 그 사회를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사법부가 카르텔을 형성하며 재판에 있어 전관예우가 성행한다면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합리한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하급심 판결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하는 대법원에서 일선재판부에 연락해 특정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는 행위는 사법부의 존재 자체를 망각하는 행위일 것이다. 이러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오랫동안 자행되고 왔으며, 국민들은 이를 사법농단이라 부르고 있다.
어제(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해 오늘 대법원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전국 법관 대표 119명으로 이뤄진 법관대표회의는 결의문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행위가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특히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준 행위”,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 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도 헌법 위반 행위로 지적했다. 또한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법원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로 성토했다.
사법부 역사상 법관이 탄핵된 적은 없다. 과거 몇 차례 탄핵안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부결 또는 시한을 넘겨 자동 폐기되었다. 더욱이 법원 내부에서 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번 사법농단 사태를 중차대한 사안으로 인식하며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어 보인다. 최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양승태 대법원’에 부역한 전·현직 법관이 대법관급 10명을 포함해 9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고 사법정의를 무너뜨렸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적 소명도 저버렸다. 더욱이 정권이 바뀌고 대법원장이 바뀌어도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는 계속되었으며 검찰의 정당한 수사조차 방해하며 특권신분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작태는 마치 대한민국에 특정계급이 존재하는 신분사회를 연상케 한다.
지금껏 사법부와 관련한 부정은 비단 ‘양승태 대법원’ 뿐만 아니라 일일이 손을 꼽지 못할 정도로 만연해 있었다. 그럼에도 사법부에 대한 견제의 장치도 자정의 노력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법부에 의한 사법파동은 대한민국 헌정 70년 역사상 이번이 6번째이다.
제1차 사법파동은 박정희 군부정권 당시 1971년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개표조작사건 등에 대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시킨 사건 등에 대한 보복으로 검찰이 현직 판사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해당 판사는 반공법 위반 사건들에 무죄를 선고하거나 선고 유예를 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복 조치로 여겨졌다. 당시 전국 판사 450명 중 150여명이 사표를 제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사법파동의 주동자 및 소장파 판사들은 의원면직되는 등 정권에 의해 내쳐졌다.
1972년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을 달성한 박정희 군부정권은 사법부의 독립을 완전히 박탈했다. 헌법위원회를 만들어 대법원의 위헌법률심사권을 박탈하고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포함한 법관의 파면과 임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1973년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기존의 모든 법관들을 재임용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이전 사건에서 정권에 반하는 취지의 판결을 한 모든 판사들에 대해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이로서 박정희 군부정권은 사법부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 때 만들어진 규정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으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위반 피해자들이 이때부터 양성되었다. 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등 판사에 대한 탄압이 노골적으로 자행되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양승태 대법원’의 판사 길들이기는 과거 박정희 군부정권에서의 그것과 판박이이다. 이 체제는 전두환 군부정권에 이어 1987년 6월 항쟁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제2차 사법파동은 노태우 정권에서 발생했다. 전두환 시절의 김용철 대법원장을 다시 임용하려는 시도에 서울 지역의 소장 판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저지에 나섰다. 지방의 법관들도 서명에 동참해 330여명의 판사들이 서명했다. 결국 김용철 대법원장은 사퇴했다. 이후 정부는 정기승 대법원 판사를 대법원장으로 내정했지만 국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었다. 결국 인혁당 판결 당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이일규 전 대법원 판사가 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2차 사법 파동 이후 창립한 것이 우리법연구회이다.
제3차 사법파동은 김영삼 정부에서 발생했다. 서울민사지방법원 소장 판사들 40여명이 사법부의 개역을 요구하며 나섰다. 대법원장 인사권의 제한, 관료적 직급제의 개선, 법관회의 상설화 등 사법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김덕주 당시 대법원장이 공직자 재산공개 파동과 함께 사임했다.
제4차 사법파동은 노무현 정부에서 발생했다.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두고 사법 사상 최초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의가 열렸으나 기득권을 쥔 판사 관료들에 의해 개혁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에 항의하는 소장 판사들이 사표를 냈으며,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159명의 판사들이 서명하여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다. 이를 계기로 처음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소집되어 인사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사법 사상 최초로 여성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이 탄생했다.
제5차 사법파동은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했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촛불집회 관련 사건에 대해 담당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행법대로 신속하게 재판할 것’을 강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민주당 등 야5당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으나 결국 탄핵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 제6차 사법파동은 이전 사법파동에 비해 그 심각성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다.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급 판사 10여명이 연루된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만으로는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 국회는 특검도입과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이번 사법농단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더욱이 법원 내부에서 조차 요구하는 관련 혐의자에 대한 탄핵절차를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 국회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관련 혐의자에 대한 탄핵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더욱이 과거 박정희 군부정권에서부터 자행된 사법시스템의 파괴는 그 이전으로 돌려 대법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해야 하며,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제청권도 제도화하는 등 사법부가 온전히 독립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입법·사법·행정의 삼권이 분리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대법원장을 직접 선출하지 못한다는 것은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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