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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칼럼

[박장호 칼럼]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계속 되어야

[406호] 입력ㆍ발행 : 2018-11-13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제 수장’ 인사를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년 5개월여 만에 동반 퇴진하게 되었다. 후임으로는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을 임명하고,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이번 인사는 인사권자의 판단이라기보다 여론에 떠밀려 내린 결단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경제 컨트롤타워’ 인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에 걸쳐 밝혔으나, 언론에서는 “묻지마 통신에 의하면 인사가 곧 단행될 것”이라며 줄기차게 교체를 촉구했었다. 결국 언론의 예고 보도가 여론까지 움직여 교체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이로서 이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하고 추진한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이 물러나고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관련 대부분의 자리는 경제관료 출신들로 채워졌다.
새로 임명된 김수현 정책실장은 부동산 전문가이자 부동산학과 교수 출신으로 거시경제를 이해하고 조정하는데 부족해 보인다. 김 정책실장은 “앞으로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서 우리나라의 경제운용과 고용 확대 등에 나설 수 있도록 잘 뒷받침하겠다”라며, 경제부총리 ‘원톱’을 강조했다. 사실상 경제정책에서 청와대는 빠지겠다는 뜻이다.
1년 5개월여 만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라인을 접수한 경제관료 출신들은 이른바 ‘변양균 라인’으로 불린다. 변양균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으며, 기획예산처 장차관을 거치는 등 전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일 때 전략기획관을 맡았으며, 후임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시절 예산기준과장을 맡았으며,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때 예산처 정책기획팀장을 맡았으며,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차관 때 예산실 예산총괄심의관을 맡았으며,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변 전 실장이 예산처 기획관리실장 때 예산실 예산총괄과장을 맡았다. 반장식 수석을 제외하면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도 기획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들이다.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노무현 정부는 현재까지 ‘삼성 공화국’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이번 장하성 정책실장 교체로 인해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삼성이 언론 및 권력과 얼마나 밀착되어 부당거래를 해 왔는지 절실히 드러났다. 언론의 기레기 짓은 물론 검찰과 법원, 심지어 국정원과 국세청까지도 삼성과 거래했다. 때문에 이번 언론의 경제라인 교체 예고 및 독촉 보도도 장하성 정책실장의 경제정책에 반기를 든 삼성을 비롯한 재벌과 대기업의 작품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삼성 저격수 중 장하성 정책실장을 찍어내고 다음 차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육지책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통해 경제정책의 로드맵을 잡았기에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않고 국회 예산안 통과 등 이행과제를 위해 양보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더라도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례없을 정도의 재정지출로 20년 전 IMF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악의적인 거짓 주장에 불과하다.
올해 수출은 6,000억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수치는 사상 최대이다. 수출 규모로만 보면 세계 6위의 수출대국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은 우리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경제와 경기는 엄연히 다르다. 경제가 위기라는 것은 성장동력이 침체되어 발전이 아닌 쇠퇴의 길로 간다는 것이며, 경기가 나쁘다는 것은 경기순환 사이클에서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변동은 외국과 무역을 하는 나라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출 호재로 인한 외환 거래 급증도 경기순환 사이클에 영향을 미친다. 이 뿐만 아니라 생산과 고용, 소비, 투자, 정부지출, 물가, 이자율 등 수많은 경제변수를 비롯해 계절요인, 추세요인, 순환요인 등 경기순환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므로 경제가 호황이라도 경기 하락국면에 접어들 수 있으며, 경제상황이 최악이라도 경기는 상승국면에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상승과 하강을 순환·반복하는 경기와 경제와는 경제학에서도 엄연히 구분된다.
최근 주식시장 하락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각종 언론에서 보도했지만 주식시장은 전체 경제규모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활용되지만 경기 선행지수라 불리며 6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국가경제를 말할 때는 국내총생산을 뜻하는 GDP를 인용해야 한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 GDP는 세계 11위이다. 1인당 GDP도 3만 불을 넘어섰다. 고도성장으로 잘 살았다고 세뇌당하고 있는 박정희 정권 마지막 해인 1979년 1인당 GDP는 1,800불에 불과했다. 1,800불과 30,000불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계속 발전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제는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이는 경제는 성장했지만 그 성과가 국민 대다수에게 전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1995년이다. 이전에는 정부가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계획경제였다. 심지어 목욕비와 이발비 등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가격의 통제도 1993년까지 시행되었다. 시장경제 시행 후 론스타 등 미국의 사모펀드들이 대거 진출했으며 그 결과 1997년 IMF 구제금융을 통해 사실상 국내기업과 시장은 글로벌 자본의 먹잇감이 되었다. 국민적 구국운동으로 IMF에서 차관한 빚은 모두 갚았지만 한번 터진 물줄기는 그 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5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문제가 발생했다. 과거 한국에서도 없었고 현재 OECD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국가 통계로는 취업자 중 1/3이 비정규직이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높다. 임시직 고용비율은 물론 고용이 가장 불안전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통계에는 자영업자는 포함 되지도 않는다.
가계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으로 구분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 즉 근로소득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성장의 비해 임금의 상승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얻은 이익을 상위 1%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비율이 갈수록 확대된다는 것에 있다. 때문에 가계소득 즉 근로소득을 올려 국민전체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이다.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저출산·고령화 등 현재 만연해 있는 한국경제의 문제를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당연히 기득권을 가진 재벌과 대기업 및 재산소득에서 이익을 보는 이들에게는 반기를 살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면 그 정책은 오히려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1997년과 2005년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았던 경제관료들이 또 다시 경제권력을 쥔만큼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황폐하기 만들어 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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