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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칼럼

[박장호 칼럼] 노회찬을 애도하며

[393호] 입력ㆍ발행 : 2018-07-24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에 정신이 혼비하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그를 존경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통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한국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는 진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최고의 명문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고와 고려대를 졸업했지만, 그는 엘리트의 길을 걷지 않았다. 대학 재학시절 노동운동에 헌신하기 위해 스스로 용접을 배워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노동운동가로 긴 수배 생활을 보냈으며,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인천지역민주노동자동맹(인민노련) 출범에 참여해 활동한 일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1992년 출소한 그는 대통령선거에서 백기완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진보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진보진영을 규합하여 1997년 대통령선거를 위한 국민승리21 출범에 참여했으며 정책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의 약진을 발판삼아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주도하며 초대 부대표를 맡았다. 2002년 3월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맡아 2002년 6월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2명과 광역의원 11명을 당선시키며 정당득표율을 8.13%까지 끌어 올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사무총장으로 10명을 당선시키며 자신도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후 두 차례나 더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후 그의 행보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노동자, 농민, 서민, 중소상공인을 위한 의정활동으로 국민적 존경을 받았다.
그가 남긴 유서 3통 중 정의당 앞으로 남긴 1통이 공개되었다. 그는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며,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며 그러지 않은 것에 대해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책임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신의 결백을 밝히며 그가 몸담은 정의당에 누를 끼치지 않는 것이었다. 또 다시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이다.
언론이나 검찰·특검이 밝힌 그의 혐의에서 청탁과 대가가 언급된 적은 없다. 단지 정치자금인 후원금을 받아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자금은 법인·단체가 아닌 이상 개인으로부터는 연간 2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같은 보수정당에서는 후원금을 빌미로 청탁과 대가가 올 갈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에서는 지지자들의 후원금이야말로 거대 보수정당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며, 정치인들이 돈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독일을 비롯한 정치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후원금이 보편화되어 있다. 2016년 후원금 모금에서 정당별 1인 평균 후원금 모금 순위 1위는 정의당이었다. 개별 의원으로도 1·2·3위 모두 정의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2017년 모금에서 그는 모금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그와 그가 몸담았던 정의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는 원내대표로서 국회 특수활동비까지 반납하며 몸소 모범을 보였다.
물론 그가 고교 동창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정치자금법에 따라 신고할 의무는 있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법정형을 받더라도 최악의 경우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국회의원직을 잃는 것으로 끝날 문제였다. 그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동창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였다. 특검도 그에 대한 조사를 통보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가 압박을 받을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수사망이 좁혀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불법자금의 저격수로 불리던 그가 정상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후원금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공개되자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피의 사실을 무단으로 공표하여 인격살인을 당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무엇보다 드루킹 특검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우리사회는 노회찬이라는 한 개인에게 큰 빚을 지었다. 그가 살아생전 몸소 실천하며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회가 평등하게’, ‘노동이 아름답게’, ‘민중이 주인되는’ 참 세상이었다. 그가 못다 이룬 진보정치의 꿈을 우리사회가 완성해 보답할 날이 오길 기대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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