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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칼럼

[박장호 칼럼] 협동조합 바로 알자

[394호] 입력ㆍ발행 : 2018-07-30

필자는 대학에서 협동조합경제학을 공부했다. 대학원에서는 우리나라 협동조합과 독일 협동조합을 비교 연구하는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필자가 현재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아니지만 그만큼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게 잘 안다고 자부한다.
협동조합은 공산국가에서의 대표적인 조직체이다. 북한이 토지와 기타 생산수단을 통합하고 농장원들의 공동노동에 기초하여 농업생산을 진행하는 집단농장, 즉 협동농장 등의 조직체에 기반하고 있어 통일 후 북한식 공산주의 협동조합 조직체와 남한의 자본주의 기업체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독일은 통일 후 구 동독지역의 협동조합 조직체를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적 조직체로 어떻게 전환하였는지 등의 연구과제는 남북한 통일을 대비해 반드시 선행 연구되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거창한 통일 준비를 위한 협동조합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농민들이 매일 같이 접하는 농업협동조합에 대해 적어도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또한 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는 알고 ‘협동조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 미력한 지적 수준을 피력하고자 한다.
농업협동조합 즉 ‘농협’은 우리나라 농업협동조합법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이나, 시대 요구를 반영하여 1999년 법이 개정되어 ‘문화적 지위 향상’이 추가되었다. 독일에서는 ‘지위 향상’을 “Förderung” 즉 ‘촉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지위 향상’이라는 단어보다 ‘촉진’이라는 단어가 협동조합 취지에 접합하다고 판단하여 오래전부터 ‘촉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다.
국어사전에서 ‘촉진’은 “다그쳐 빨리 나아가게 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위 향상’은 ‘능동’의 의미가 담겨져 있지만, ‘촉진’은 ‘수동’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또한 협동조합은 ‘촉진’을 위해 ‘조합원의 교육’을 협동조합 운영의 제1 과제로 삼고 있다. 즉, 교육을 통해 조합원을 다그쳐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도록 견인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본질인 것이다.
협동조합의 태생은 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인적결합이다. 시장에서 개인이 거대 자본에 대항할 수 없으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직된 인적단체가 협동조합인 것이다. 이로 인해 협동조합에서는 자본인 출자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합원 모두에게 동일하게 의결권을 주는 것이다. 이는 주식회사에서 자본인 주식의 수에 따라 의결권이 주어지는 것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그만큼 자본이 아니라 조합원 개개인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역에서 수많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하여 후보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후보자들에게 어떻게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촉진을 할 것인가를 물어 봤다. 그러나 한결같은 대답은 신용사업보다 경제사업을 육성해 조합원들에게 경제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 조합원의 ‘사회적·문화적 촉진’을 위한 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농업협동조합법에는 지역농협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나열하고 있다. 크게 교육·지원사업,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이다. 조합원의 교육·지원사업은 사회적·문화적 촉진에 해당된다. 법률에서 규정하는 교육·지원사업은 ①농업 생산의 증진과 경영능력의 향상을 위한 상담 및 교육 훈련 ②농업 및 농촌생활 관련 정보의 수집 및 제공 ③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과 문화 향상을 위한 교육·지원 ④도시와의 교류 촉진을 위한 사업 ⑤신품종의 개발, 보급 및 농업기술의 확산을 위한 시범포, 육묘장, 연구소의 운영 ⑥농촌 및 농업인의 정보화 지원 ⑦그 밖에 사업 수행과 관련한 교육 및 홍보 등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의 사회적 촉진에는 조합원의 정치적 신장과 진출도 포함한다.
경제사업, 신용사업과 함께 교육·지원사업에 대해 농업협동조합법 제65조에 따라 지역농협은 사업보고서를 작성하여 그 운영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지역의 모 농협의 지난 1년간 교육·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조합원 자녀 결혼과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 사망시 경조사비 지급’, ‘조합원 자녀 장학금 지급’, ‘마늘·양파 항공방제 약재료 보조’가 전부이다. 조합원에 대한 각종 경조사비 지급은 조합장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로 이미 전락했다. 경조사비와 항공방제 액재료 보조 지원으로 조합원의 사회적·문화적 촉진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에서 비교적 운영이 낫다고 평가받는 다른 농협의 교육·지원사업 운영 상황은 ‘소득증대 및 농업의 경쟁력 강화, 영농회 지도 등을 위한 영농지원비 및 영농지도비, 생활지도사업비, 홍보선전사업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지역농협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교육·지원사업과 경제사업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영농자재 지원 등에만 취중하고 있을 뿐 조합원의 사회적·문화적 촉진을 위한 실질적 교육 등의 사업은 전무한 상태이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고령농협의 비료지원 환원사업도 교육·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조합원당 2만원의 지원으로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촉진이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그 성과에 대해서도 따져 봐야 하겠지만, 대부분 지역의 농협에서 환원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들이 조합장의 생색내기 또는 사전 선거운동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북의 모 농협에서는 조합원 4천명에게 1억 원을 들여 “농업용 다라이”를 기념품으로 환원해 주었다고 자랑하듯 보도자료를 내기도 한다. 우리 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농협들도 환원사업이라며 비료를 무상으로 교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만원의 비료가 조합원들에게 얼마만큼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며, 사회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얼마나 촉진을 이루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십 수년 전 필자는 협동조합학회장을 역임한 지도교수와 함께 경북 지역농협 간부급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지도교수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촉진을 위해 교육사업을 강조하자, 참석자 중 한명이 한 발언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조합원들이 교육을 통해 너무 똑똑해 지면 농협 운영이 힘들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지역농협이 직원들을 위한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질타했던 지도교수의 말씀이 지금도 선명하다.
필자는 어떤 문제든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지역농협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촉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목적사업이다. 경제적 촉진만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며, 경제적 촉진으로 잘 사는 조합원을 만드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조합원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에서는 문화적 촉진도 강조되고 있다. 또한 조합장과 임원은 ‘촉진’ 즉 조합원들을 다그쳐 빨리 나아가게 해야 할 의무도 있다.
내년 상반기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이를 앞두고 벌써부터 일부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 내리며 선거운동에 나선 모양새다.
조합원들에게 당부한다. 후보들에게 경제사업, 신용사업과 함께 “우리 조합원들의 사회적·문화적 촉진을 위해 어떠한 것을 하겠느냐”고 반드시 물어 보고 평가하길 바란다. 특히 조합장의 판공비로 전락한 교육·지원사업에 대해 어떠한 계획이 있는지도 함께 물어보길 당부한다. 유권자들이 묻지 않으면 후보자들이 이에 대해 인식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리는 스스로 행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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