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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율의 촌감단상

[우종율의 촌감단상] 청개구리

[351호] 입력ㆍ발행 : 2017-09-05

매미인가. 파도와 싸우며 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의 모습 이다. 그런데 가만히 있을 줄 알았던 물체가 주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유리창 쪽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식당의 희미한 간판 불빛 아래 찾아드는 하루살이를 사냥하고 있는 청개구리였다. 창의 두께는 겨우 5밀리나 10밀리미터. 구경만 하고 있기엔 왠지 가슴이 아려왔다. 불빛을 찾아오는 하루살이와 그를 잡아먹는 청개구리의 한 판 승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일상이란 얼마나 답답한가. 사람들은 틈만 나면 거기에서 벗어나려 한다. 별다른 위안을 얻지 못해도 시간만 있으면 밖으로 내닫는다. 흡사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것처럼…. 그 날도 그러했다.
바닷가로 차를 몰았다. 바다가 거기 있어 갔다가 눈물만 안고 왔다고 했던가. 돌아오는 길엔 비까지 내렸다. 그래 식당엘 들렀다가 무심히 비 오는 밖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창문 쪽에 이상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청개구리, 그는 고고하게 숲을 지키며 처연한 자태로만 있을 줄 알았다. 아니, 간혹 아이들이 손바닥에 올려 놀리기라도 하면 부끄러워 자연의 색으로 흡수되어 가는 존재로만 알았다. 그런데 먹이를 찾아 허름한 시골식당의 유리창에 위장하여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아침이슬을 머금고 햇살 영롱한 나뭇잎에 앉아 겁 많은 눈을 깜빡이던 녀석이었다.  비 온 뒤 숲에라도 갈라치면 손끝에 느껴지는 미끈한 감촉으로 그들은 다가오곤 했다. 또 가뭇하게 벼들이 사름을 할 때쯤 논배미를 주름잡으며 존재를 알리던 녀석들이다. 그런데 낭창대던 체면은 어디에 둔 것인가. 
이제 그들에게 머물 곳은 더 이상 없는가 보다. 숲마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살포하는 농약이나 도시화의 물결이 점차 그들 삶의 터전을 위협했으리라.  그래 녀석들은 유목민처럼 이동을 해야만 했으리라. 낮 동안엔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다가 어둠이 깔리고서야 비로소 살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녀석이 사냥하는 모습은 차라리 몸부림이었다. 흡판을 사용하여 움직일 땐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목표물을 향해 접근해 숨을 죽인다. 하루살이는 흘낏 보기만 할 뿐이다. 지나가던 새들이 유리창에 싼 배설물 정도로 생각하는지, 이내 불빛을 향해 접근한다. 잠시 후에 사정권 내에 든다. 그때까지 개구리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침묵의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는 알짱거리는 목표물을 겨냥하여 박자를 세다가 날렵하게 혀끝으로 잡아들인다. 진양조에서 자진모리로 그리고는 이내  휘모리로 바뀐다. 박자가 엇나가면 헛일이다. 차츰 바라보고 있는 내 눈마저 충혈 되고 숨까지 가빠진다. 어느 편을 들어야 하나. 그저 가슴만 태운다.
“청개구리 날파리 잡아 먹 듯 하다.”란 말이 있던가. 그에게 그런 혀가 있는 줄은 미처 알 리 없었다.
그들도 생존을 위해 단체행동을 했는가. 하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으리라. 이제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균형을 잃고 안정된 삼각형의 구도는 뒤집어져 휘청거리고 있다. 청개구리의 천적은 더 이상 뱀이나 까치가 아니라, 오염되어 가는 문명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주범인 인간들은 하찮은 미물들이라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간혹 허옇게 배를 드러내고 죽어있어도 스스로 다시 뒤집어서 다니는 줄로만 알고 있다. 
인간의 질주는 끝을 모른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달리기에 여념이 없다. 내일을 생각지도 않고 하루치를 살아가는 모습. 청개구리 정도는 안중에도 없다. 선명하던 그들의 표피는 퇴색되어 붉게 혹은 검게 얼룩 투성이가 될 것이다. 노출된 현실은 청개구리에게 더 이상 보호색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불현듯 내가 유리창에 붙어있는 듯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농약으로 범벅이 된 음식을 먹어야 하고 내가 만들어낸 위장술에 스스로 중독되어야 한다. 그러다 알지도 못하는 병에 쓰러질 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을 거부한 대가일 것이다. 누군가 이야기했던가.
‘자연은 절대로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우리 자신을 속이는 자는 언제나 우리들이다.’라고.
불이 꺼지면 청개구리들은 턱밑을 풍선처럼 부풀리며 울 것이다. 간판의 불빛은 희미하게 흔들리고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붙박이가 되어 오래 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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