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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박장호 칼럼] 대가야궁성지를 찾아서

[339호] 입력ㆍ발행 : 2017-05-30

지난 19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제11회 대가야사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번 학술회의는 ‘쟁점 대가야사, 대가야의 국가발전 단계’라는 주제로, 대가야를 ‘연맹체’ 또는 ‘부(部)체제’ 등으로 볼 것인지 고대국가 초기 단계 또는 이를 넘어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4국’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대가야사 연구자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가야연맹체론’은 가야제국을 하나의 맹주국을 중심으로 연맹체적 결합 상태로 보는 견해이며, ‘지역연맹체론’은 가야 전체를 하나의 단일연맹체가 아닌 복수의 지역연맹체로 보는 견해이며, ‘부체제론’은 여러 부를 거느리는 중앙집권적 형태의 고대국가 초기 단계로 보는 견해이며, ‘사국시대론’은 가야와 신라의 국가발전단계가 유사하기에 가야연맹체를 신라와 같은 고대국가로 보는 견해이다.
이처럼 다양한 견해와 주장이 존재하는 것은 대가야를 비롯한 가야의 문헌이나 유물이 빈곤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고서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고구려와 백제를 병합한 신라인들의 사고가 계승된 것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집필 당시 참고한 문헌들이 현재 존재하지 않아 그 진위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제가 1910년부터 우리 고대사를 말살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수십만 권의 사료를 수거해 폐기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고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에서 편찬된 ‘일본서기’의 경우, 가야와 관련한 기사가 많이 있음에도 지명의 위치 논란과 내용이 허무맹랑하여 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가야사 정립을 위해서는 빈곤한 문헌 연구가 아니라 유물의 추가 발굴·조사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회의 주제처럼 대가야를 고대국가로 볼 것인지 여부는 대가야의 궁성지를 발굴·조사하면 그 규모나 유물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가야의 궁성지가 아직 발견되지 않아 대가야의 궁성지를 찾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겨져 있다.(현재 대가야읍 향교 인근에서 대가야 궁성지의 토루와 해자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되어 발굴조사 중이다.)
 
고령군은 2000년 8월부터 2001년 1월까지 경북대학교 박물관에 의뢰해 고령향교 주변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9권 ‘고령현’조의 “현의 남쪽 1리에 대가야국의 궁궐터가 남아 있다”라는 기사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조사보고서에는 “이번 조사에서 궁성지로 추정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야시대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도 다수 출토되었지만 대부분 고려와 조선시대의 유물이며, 특히 통일신라시대의 막새나 평기와편들이 지표면에서 채집되어 지산리 당간지주의 존재 등을 근거로 이 일대에 통일신라시대의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이 추정될 뿐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된 시기도 조선중기인 1530년으로, 대가야국이 폐망한 562년 이후 1,000년 가까이 지나고 난 시점으로 그 기사에 대한 신뢰성도 의문이다.
물론 고령향교 일대의 추가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궁성지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발굴조사를 통해 궁성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고령향교 일대 궁성지 추정론’을 접고 제3의 장소에 대한 발굴·조사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지역은 대가야의 도읍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가야의 도읍지가 현재의 고령지역에 있으라는 법은 없다. 고령군은 대가야가 562년 신라에 병합된 후 수 많은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1906년 성주군의 인곡·운라·흑수·도장·소야·가현·덕곡·노다·다산 등 9개면과, 현풍군의 진촌·답곡·왕지 등 3개면이 각각 고령군으로 편입되었다. 현재 고령군 면적의 1/3이 넘는 면적이다. 1018년(고려 현종 9)에는 지금의 합천군 가야·야로·묘산면 일원이 고령군에서 합천군으로 편입되었다. 특히 1413년(조선 태종 13)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고령현이 되면서 관아가 있던 지금의 쾌빈리·헌문리 일원을 ‘읍치’라고 명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전국적으로 행정구역 통폐합이 이루어지면서 새로 관아가 들어선 신도시를 ‘읍치’ 즉 ‘읍내’로 명명한 것은 그 이전에는 ‘읍치’를 위한 기능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적어도 조선 태종 이전, 즉 고려조에서는 지금의 대가야읍이 행정 소재지로서의 기능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조선 태종 때 고령현으로 명명할 시 고양군의 ‘고’자와 영천현의 ‘령’자를 합쳐 ‘고령현’으로 명명했다는 기록으로 보더라도 고령군의 옛 영역은 지금의 영역과 다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대가야읍의 지명 유래를 보더라도 쾌빈리는 연회를 베풀던 정자의 이름인 쾌빈정에서 유래한 것이며, 고아리는 옛 관청이 있던 곳이라는 것에서 유래했으며, 헌문리는 조서를 발표하여 붙이던 조서문에서 유해한 것으로 보아 모두 조선 태종 이후 이 일대에 관아가 들어서고 나서 생겨난 지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가야시대부터 관아가 있어 이러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전국에서 ‘읍내’라는 지명을 가진 거의 대부분의 행정구역명이 조선 태종 때 새로 생겨난 신도시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지금의 대가야읍의 명칭도 이전에는 고령읍, 그 이전에는 고령면, 그 이전에는 읍내면이며, 읍내면 이전의 명칭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일제가 1911년 조사한 구한말의 행정구역에 따르면, 고령군에는 양천면, 장음면, 가현면, 상동면, 하동면, 덕곡면, 인곡면, 임천면, 내관면, 우하면, 소야면, 읍내면, 개진면, 왕곡면, 우곡면, 운수면, 다산면, 벌지면 등 18개면이 존재했다. 이후 일제는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덕곡면, 임천면, 쌍동면, 성산면, 개진면, 우곡면, 운수면, 고령면, 다산면 등 9개면으로 개편했다. 이중 쌍동면과 임천면은 1934년 다시 통합되어 쌍림면으로 명명되었는데, 쌍동면의 ‘쌍’자와 임천면의 ‘림’자가 합쳐진 것이다. 일제는 당초 쌍림면을 ‘가야면’으로 통합·명명할 것으로 고시하기도 했다. 일제가 판단하기에 쌍림면이 ‘가야’와 관련이 있다고 본 것이다. 여러 논란 끝에 ‘가야’라는 명칭은 현재의 가야면이 가지게 되었다.
특히 설화 등에 따르면 쌍림면 신촌 인근에 큰 나루가 존재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신촌은 대가야의 마지막 태자로 알려진 월광태자가 절을 짓고 마지막 여생을 보냈다는 월광사와 멀지 않다. 또한 대가야의 후예로 여겨지는 ‘고령 신씨’의 시조 묘역도 신촌 인근인 만대산에 존재하는 등 쌍림면 일원은 ‘대가야’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필자는 1018년 고려 현종 때 단행된 행정구역 개편에 주목한다. 당시에는 지금의 덕곡·운수·다산·개진면과 성산면 일부 지역은 고령군의 영역이 아니었으며, 합천군의 가야·야로·묘산면은 고령군의 영역이었다.
 
특히 현재의 합천군 가야면 구미·매안리 이른바 숭산지역은 환란에도 해를 받지 않는다고 알려진 ‘정감록’의 십승지 중 한 곳으로 한국전쟁 당시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삼한시대부터 조성되었다고 전해지는 저수지가 있어 가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며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다.
전략적으로도 북쪽으로는 매화산이 남쪽으로는 두무산과 오도산이 동쪽으로는 미숭산이 서쪽으로는 비계산이 자리잡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으며, 출입구도 서쪽과 동쪽 한 곳에 불가해 방어적 측면에서 용이할 뿐만 아니라 쌍림면 신촌에서 수로를 이용해 이동할 수도 있다. 이 일대는 고려초 고령군의 영역으로 한 중간에 위치한다.
무엇보다 가야면 구미리 일원에는 너비 3~4m가 넘는 다듬어진 기반석들이 흩어져 있어 이 일대에 거대한 건축물들이 존재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고령군이 대가야를 직접 계승한다고 해서 대가야의 궁성지를 현재의 고령군 영역에서만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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