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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칼럼

[박장호 칼럼] 대가야궁성지, 추가 발굴조사 뒤 따라야

[342호] 입력ㆍ발행 : 2017-06-20



대가야읍에서 대가야궁성지로 추정되는 해자와 토루가 발견되어 가야사 연구 복원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공약 1호로 ‘가야사 연구 복원’을 지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이 발굴되어 대가야의 후예인 고령으로서는 고무적이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발굴로 대가야궁성지가 확인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접근을 요구하고 싶다.
고령향교 일대가 대가야궁성지라는 추정의 근거는 3가지이다. 첫째,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9권 ‘고령현’조에서 ‘어정(御井)’을 설명하는 기사에 “현의 남쪽 1리에 대가야국의 궁궐터가 남아 있는데, 그 곁에 돌 우물이 있으니, 어정이라고 전해 온다.”라고 기술하고 있어, 고령향교 일대를 대가야국의 궁궐터로 비정하고 있다.
둘째,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에 의해 비정되어 1939년 조선총독이 고령향교 옆에 ‘임나대가야국성지’비를 세웠다는 점이다.
셋째, ‘연조리 일대의 대가야궁성지에 대한 복원과 정비사업’의 추진으로 2000년 8월부터 2001년 1월까지 경북대학교 박물관에서 실시한 정밀지표조사와 시굴조사에서 ‘대벽건물지’가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 3가지 근거는 많은 모순이 있다.
첫째, 『신증동국여지승람』 제29권 ‘고령현’조에서는 ‘어정’ 뿐만 아니라 ‘향교’ 등 많은 지명의 위치도 설명하고 있는데, 기사에는 “향교가 현의 서쪽 2리에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 현을 기준으로 어정의 위치는 ‘현의 남쪽 1리’이며 향교의 위치는 “현의 서쪽 2리”로, 대가야국의 궁궐터가 남아 있다는 곳은 향교 일대가 될 수 없다.
물론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된 시기가 1580년 인 것을 감안하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말하는 향교의 위치는 현재의 위치가 아닐 수 있다. 특히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향교가 소실되어 위패를 지금의 관음사 뒤편에 매안했다가 그 자리에 향교를 중건하고 이후 1702년 다시 현재의 위치로 옮겨진 기록을 볼 때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될 당시의 향교가 현재의 자리에 위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향교의 위치뿐만 아니라 이산(耳山)과 금림왕릉(錦林王陵)의 위치를 현의 서쪽 2리로 지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현의 위치로 추정되는 곳과 현재 향교의 방향은 금림왕릉과 일직선을 이루고 있어 ‘어정’의 위치만 남쪽으로 표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된 시기는 대가야가 멸망하고 1천년이 지나고 난 시점으로 기사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둘째, 일제는 일제강점기 초기부터 임나일본부의 중심지를 고령으로 인식하고 지산동고분 발굴을 통해 그 증거를 찾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하자, 마지막 수단으로 총독의 친필비를 고령향교 옆에 건립함으로써 정치적 선언으로 임나일본부를 규정하려 했던 것이다. 더욱이 일제가 고령향교 일대에서 대가야궁성지로 추정할 만한 무엇을 찾았다는 보고서는 없다.
셋째, 2000년 경북대학교 박물관에서 실시한 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벽건물지’인 7호 건물지는 2기의 대형 부뚜막이 설치되고 앞면에 벽체가 확인되지 않는 점에서 앞부분이 개방된 주방과 같은 성격의 건물로 추정된다고 할 뿐, 이를 대가야궁성지의 근거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특히 당시 보고서에는 “궁성지로 추정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시굴조사에서 발견된 대가야시기의 유구는 트렌치 1-2와 15에서 토기가 매납된 원형수혈유구 2기와 향교 동남쪽 사면(트렌치 21)의 현 지표하 100~250cm 깊이의 확장조사 구간내에서 굴립주 건물지, 대형 부뚝막이 공반된 대벽건물지가 확인되었다.
보고서는 시굴조사에서 나온 유구들은 남동쪽사면에 대가야 시기의 대형 대성건물(大壁建物)이 확인되고, 중심부로 파악되는 지점에서 6세기 중엽경으로 보이는 와즙(瓦葺, 기와로 지붕을 이은) 건물지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어 그 가능성은 매우 높으나, 그 존부는 차후 조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고령향교 일대는 현재까지 문헌의 기록과 발굴조사를 통해 대가야궁성지로 추측만 할 뿐, 대가야궁성지로 추정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대가야시대 해자와 토루의 발굴에 관심이 더욱 더 집중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굴된 유구로만으로는 대가야궁성지를 방어하기 위한 해자와 토루인지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지난 16일 현장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한 학자들은 성벽 즉 토성이 아니라 토루라고 명명했다. 발견된 성벽이 축조기술 등을 감안하면 토성이라기보다는 토루에 가깝다는 것이다. 토성은 말 그대로 흙으로 성벽을 쌓아 올린 것으로 한성백제의 풍납토성과 경주 월성토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토성은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성벽을 유지하기 위해 성토과정에서 성질이 다른 흙을 서로 번갈아 가면서 쌓아 올리는 방식을 보이는 반면, 이번에 발견된 토루는 단순히 하단부에 3열의 석렬을 깔고 동일한 흙으로 쌓아올리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 하단부의 폭도 5~6m로 비교적 작다.
특히 해자의 퇴적층이 의문이다. 해자는 물이 흐르거나 고이도록 해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발견된 유구가 해자의 기능을 하였다면 다양한 퇴적층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해자는 이러한 퇴적층이 존재하지 않아 해자의 기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단 기간 동안만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발굴조사 관계자는 대가야의 마지막 시기에 해자가 설치되고 대가야 폐망 후 일시적으로 그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해자와 토루가 건설되기 이전에는 궁성지를 보호할 성벽이 없었다는 논리로 귀결되며, 궁성지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될 수 밖에 없어 강력한 고대국가로서의 대가야의 이미지에 손상을 끼치게 된다.
무엇보다 해자와 토루의 위치이다. 해자는 성벽을 보호하기 위해 성벽 바깥쪽에 설치하는 것으로, 이번 발굴처럼 해자가 성벽 안에 설치되는 경우는 동서양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현재에도 토루 밖으로 도랑이 흐르고 있고 현장의 경사도를 감안하면, 해자가 수로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해자가 수로였다면 토루는 둑이 되는 것으로 이산과 주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이용하기 위해 축조된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한다.
 
가사, 발견된 해자와 토루가 고령향교 부지 일원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었으며, 그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전례 없이 토루를 해자 밖에 설치하였고, 당시 축조기술이 미약하여 대가야 폐망 후 토루가 일시적으로 붕괴되어 토루의 흙이 해자를 덮어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발견만으로 고령향교 부지 일원이 대가야궁성지였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이번 발굴 성과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물론 탄소연대 측정 등을 통해 확인이 필요해 보이지만, 해자와 토루의 축조과정에서 혼입된 것으로 보이는 단경호와 토기편 등 대가야토기와 함께 대가야시대 기와가 다수 출토되었으며, 특히 철로 된 솥이 함께 발견되는 등 출토유물을 근거로 해자와 토루가 대가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고령향교 일대만을 대가야궁성지로 추정하는 것이다. 초기 대가야가 대가야읍을 중심으로 번성하였다고 하더라도, 대가야가 중국 남제와 일본까지 교류하며 전라 동부까지 세력을 펼치는 시기에도 여전히 대가야읍에 궁성지가 위치했다는 근거는 없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가야사 연구 복원의 국책사업을 통해 대가야사 복원을 위한 다양한 지역의 발굴조사가 뒤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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