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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 복원’ 지시에 대한 비판에 부쳐

[342호] 입력ㆍ발행 : 2017-06-20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연구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라는 지시에 대해 일부 역사학자들이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고대사학회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학교 하일식 교수가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복원 ‘지시’가 부적절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한국고대사학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도 ‘제2국정교과서’라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첫째 “대통령이 역사의 특정 시기나 분야 연구나 복원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설사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 지원책이 마련되도록 하면 될 일”이라며, “역사 연구자들이 대통령의 지시로 그동안 안하던 연구에 새삼 몰두하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야사 연구가 다른 분야에 비해 부진한 것은 배경과 이유가 있다. 이것들은 대통령의 지시로 단기간에 나아질 수는 없다”
둘째, “연구비가 책정되면 거기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고, 지자체들은 전시관이다 박물관이다, 건설업계와 결합하여 공사를 벌일 것이며, 영호남 교류다 해서 여러 지자체들이 동서교류축제, 가야축제를 벌이면서 예산을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제유발효과’를 들먹일 것이다. “각종 발굴이 짧은 기간에 추진될 것이며, 복원이란 명목으로 여러 사업들이 추진될 것이다. 벌써 관련 지자체들이 고고학, 고대사 연구자들에게 연락해 오고 있다.”
셋째, “문화·관광 등은 다른 차원이겠지만, 역사의 특정 시기 연구를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역사를 잘못 가르친다고 국정교과서를 지시하고, 혼이 비정상이라는 등 ‘상고사 정립’ 방침을 지시했던 박근혜 정권의 악몽을 벗어난 지 아직 몇 달 지나지도 않았다.”
넷째, “가야사를 연구·복원하는 것이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는 이야기는 ‘역사를 도구화’하는 발상이다. 실제로 이런 사업을 벌여서 영호남의 벽이 허물어진다고 믿는 사람이 학계에는 없다. 지금껏 이런 것이 없어서 영호남의 지역감정이 생겨나고 이어지지 않았다.” 라는 주장이다.
 
언뜻 보면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하 교수의 비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 교수의 비판의 요지는 역사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수행할지는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야지 대통령이 나서 학문의 분야까지 간섭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자칫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하 교수의 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유독 예산과 관련한 주장이 많다. 국책사업의 예산이 지자체의 건설사업에 편중될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하며,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논의를 거쳐 실행하자는 것으로, 그 중심을 학계를 비롯한 연구자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 교수의 주장을 고대사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학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까지 폄하하기도 한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중 AI(인공지능) 분야를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연구개발은 연구자에게 맡겨야하며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 연구·복원도 마찬가지이다. 고구려와 고려의 수도인 평양과 개성이 북한에 소재하고 있어 남북한이 분단된 현실에서 남한의 역사연구가 백제·신라·조선의 역사연구에 편중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고구려와 고려사의 연구·복원에도 힘 쓸 수 있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고조선과 부여의 연구·복원을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지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가야의 연구는 문헌의 빈곤과 유적·유물 발굴의 저조로 연구가 풍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이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연구·복원을 국정과제로 삼아 발굴조사 등 역사 연구·복원을 지원하는 것을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등과 같은 역사왜곡과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
정확히 말해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논란은 자료가 풍부한 현대사에서 친일과 군사독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가치판단의 문제이지, 현대사의 자료가 부족하여 이를 연구·복원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필자가 보기엔 하 교수는 국정교과서 문제의 본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 교수의 주장대로 라면, 일제 강점기 역사연구조차 연구자 개인의 연구 영역으로 두고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 되며, 상해 임시정부 청사의 복원 사업조차 건설사업으로 치부하며 국가가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밖에 되지 않는다. 하 교수가 역사연구를 학계 연구자의 성역인 냥 규정하며 국민과 정부의 관심을 배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하 교수가 지적한 가야사 연구가 다른 분야에 비해 부진한 배경과 이유는 지금껏 역사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사료가 풍부한 조선을 비롯한 백제와 신라의 연구·복원에만 몰두했으며, 정부의 지원도 이들 역사에 대한 연구·복원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료가 부족한 가야사에 대한 연구와 복원에 국가가 나서 지원하겠다는 순수한 뜻을 왜곡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역사 연구와 복원은 학자 개인의 학문적 관심사를 넘어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역사의 연속성 측면에서 특정 분야의 부실한 연구는 우리 역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가야사는 고대사와 통일신라를 잇는 중요한 가교로, 가야사에서의 ‘임나’의 지명은 임진왜란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침략의 근거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임나’와 관련하여 ‘남선경영론’이라고 가르치며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나서 ‘임나’에 대한 올바른 연구를 지원하며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학계의 식민사학자들이 문제이다.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되어 있는 이병도를 비롯한 식민사학자의 후진들이 현재에도 역사학계에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 이들의 논리와 반대되는 주장은 많은 반발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사군의 위치이다. 한사군은 중국 한나라 때 무제가 위만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4개의 행정구역으로, 한사군의 위치를 한반도 내로 비정해 일제의 남선경영론과 함께 한반도는 고대로부터 중국식민지와 일본식민지였다는 논리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 논리를 만든 사람이 이병도이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연구와 발굴조사 등으로 현재 한사군은 중국 요령성 부근으로 비정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하 교수는 ‘사이비역사 커넥션’이라며 맹비난 하고 있다.
이병도 등의 주장을 따르는 고대사학계를 비판하는 연구자들이 ‘사이비역사 커넥션’인지, 아니면 하 교수를 비롯한 고대사학계가 ‘식민사학에 찌든 카르텔’인지에 대한 논쟁은 뒤로 하더라도 ‘위조 봉니’ 논란 등 지금껏 왜곡되어 온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국가의 책무가 맞다.
이와 함께 대가야의 강역으로 알려진 경북 서부와 서부 경남 및 전라 동부는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을 통해 이 일대의 균형발전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가야사 연구·복원을 학계의 학술적 연구에만 국한시키는 하 교수의 주장은 근시안적인 사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좋은 사업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가야문화권 영호남 지자체가 ‘가야’라는 동질성을 기반으로 교류할 수 있으며, 특히 대구~광주 철도 개설 등을 통해 교류가 확대된다면 지역감정은 해소되기 마련일 것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복원 국책사업화’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으며, 대다수 가야사 연구자를 비롯해 가야문화권 시군 지역주민들은 환영하고 있음에도 일부 역사관련 연구자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한다.
그 다른 이유가 지금껏 영위한 자신들의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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