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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ㆍ이슈

병신년(丙申年) 박근혜 정부의 한국 경제 전망과 과제

[272호] 입력ㆍ발행 : 2015-12-28

경제가 국가위기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서 국가경제가 위기라며 실토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신흥국의 경제 불안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국내 공공부분 부채가 975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50조 1,000억원의 국채 발행액을 감안하면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년 새 58조원이 늘어 GDP(국가총생산) 대비 64.5% 수준에 육박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부채보다 가계부채이다. 가계부채가 1년 새 100조원이 늘어나면서 무려 1,200조원에 달하며, 연말 기준으로 1,4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부채도 1,300조에 달한다. 경제 3주체의 빚이 3,500조원이나 된다. 정부와 가계, 기업 모두 빚잔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라면 부채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문제의 심각성은 미국발 경제위기로 인한 금리인상에 있다. 미국이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시장에 돈을 너무 많이 풀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전 세계 투자자본은 미국쪽으로 쏠릴 것이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본도 유출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하며 버틸 수 있겠지만 문제는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가계부채가 높아 가계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임금 등 소득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이 늘어나야 하지만 가계소득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낮은 임금으로 이자 내기도 급급한 가계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가계부채 폭등은 정부가 조장한 결과이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각종 정책들을 내어 놓았다. 취득세와 양도세를 인하·면제하며 각종 세금완화 정책을 펼쳐 국민들이 집을 사도록 견인했다. 대출도 완화해 가계부채 증대에 기름을 부었다. 집권 3년 동안 기준금리를 2.75%에서 1.5%로 인하하면서 빚을 내기 쉽게 만든 결과이다. 한 마디로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1,800만 가구 중 60%에 달하는 가구가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있다. 그 가운데는 가처분 소득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한계가구가 150만 가구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 같은 정책은 부동산의 가격만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결국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부자들과 건설업자 배만 불리며, 서민들은 상대적 소득감소로 이자 갚는데 급급해 쓸 돈이 없어 소비위축을 가져왔다. 높은 집값으로 대출을 내고 집을 사, 이자와 원리금 상환으로 소비는 위축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위기임에도 재벌들은 박근혜 정부 집권 동안 매년 5조원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받았다. 금고에 쌓아 놓고 있는 사내 유보금도 1년 새 38조원이 늘어 710조원에 이른다. 이중 612조원이 10대 재벌 그룹 상장사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법인세를 비롯한 재벌의 각종 세금을 깎아 주었지만 재벌들은 국가경제는 뒷전이고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가 가계소득을 증대시킨다며 상장사로부터 배당소득을 받는 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도입으로 혜택을 본 사람은 대부분 재벌들이었다. 우리나라 배당소득의 72%가 상위소득 1%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적자까지 감수하며 재벌 돈벌이를 돕고 있는 것이다. 사내 유보금 38조원이 증가할 동안 비과세 감면 혜택 등으로 국가 채무도 37조원이 증가했다. 빚내서 대기업을 지원하는 꼴이다. 이 정도면 혜택이 아니라 특혜라고 봐야 한다. 부족한 세수는 담뱃값 인상 등 서민들에게 전과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소주값 인상도 논의 되고 있다.

특히 이들 재벌들은 신규채용은 늘리지 않고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10대 재벌 비정규직 노동자는 삼성이 14만 1,000명으로 가장 많고, 현대자동차 8만명, 현대중공업 7만 4,000명, 롯데 5만 8,000명, 포스코 3만 2,000명, SK 2만 7,000명, GS 2만 6,000명, LG 2만 5,000명, 한진 1만 7,000명, 한화 1만명 등이다.
최근 공개된 기획재정부의 ‘2014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 과제접수 목록’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관련 5대 법안은 사실상 전경련·경총·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영계 단체의 민원사항으로 드러났다. 전경련 등 8개 단체가 모두 153건의 ‘규제기요틴 과제’ 목록을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전경련의 민원사항,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는 중견기업연합회의 민원사항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재벌의 민원을 해결해 주기 위해 국가경제 위기를 빌미로 국회를 압박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 3법’ 역시 재벌과 대기업의 특혜성 규제완화와 정책지원으로 서민경제와는 무관한 정책들이다.

이처럼 집권 3년 동안 박근혜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펼친 정책들은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들이며 현재에도 재벌의 민원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실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한도 축소, 대형 유통업체·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근절,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최저임금 산정 기준 개선, 중소도시 대형마트 신규입점 지역협의체 합의요건 필수화,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독립적 사외이사 시스템 구축,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등이다. 국민들은 이 모든 공약이 이행되어 ‘경제민주화’가 실현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2013년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2년이 지났지만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핵심은 다중대표소송 도입과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 방식 도입 등 재벌이 싫어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한도 축소는 이행 되었지만, 나머지 공약들은 일부만 반영되거나 공약이행이라고 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내용이다. 대기업의 지배주주와 경영자에 대한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은 철저히 제한하겠다던 약속도 지난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사면시키면서 공약을 포기했다.

경제학 이론 중 ‘파레토의 법칙’ 이라는 이론이 있다. 적은 가치(20%)가 큰 가치(80%)보다 전체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이른바 2대 8법칙이라고도 한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소득분포의 통계로 찾아낸 것으로, 유럽의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2대 8법칙은 ‘생산량의 80%는 20%의 직원이 생산한다’, ‘회사의 총수익의 80%는 20%의 상품에 의해서 결정된다’ 등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파레토의 2대 8법칙이 아닌 5대 95법칙이라고 해야 하겠다. 상위 5%가 전체 부의 95%를 소유하고 있고, 특히 상위 1%가 전체 부의 6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양극화를 바로 잡고, 95% 국민들의 소득향상을 위해서는 재벌의 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경제관련 법안들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부가 재벌에게 감면해 준 5조원이면 청년 16만 명에게 연봉 3천만 원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이 쌓아 놓고 있는 사내 유보금 710조원 중 매년 쌓이는 38조원을 신규 고용에 사용한다면 청년 120만 명에게 연봉 3천 만 원의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때문에 재벌이 쌓아 놓고 있는 사내 유보금을 활용하기 위한 각종 법안을 야당에서 내고 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있다. 이익공유제로 사내 유보금을 활용하고, 고용촉진을 위해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자는 내용 등이다. 대기업도 하청업체인 중소기업 없이는 존립할 수 없으며, 특히 서민들의 소득 감소는 곧바로 소비 감소로 이어져 대기업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한 시장경제에서 대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치킨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양새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1996년 외환위기 직전 상황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이다. 1996년 당시에도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국내 투자자본이 크게 유출 되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원화 환율 급등과 금리인상으로 부채를 지고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도산이 줄을 이었다. 흔히들 ‘미국에서 기침하면 한국에서 독감 걸려 앓아눕는다’고 말을 하듯 경제규모의 차이와 연계성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변화는 그 만큼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특히 노동악법 날치기 통과도 현재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국가신용등급도 현재와 똑 같다.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기아, 해태, 대우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부도사태를 맞았으며,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어야만 했다. 재계 1·2위라는 삼성과 현대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들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세금을 기업에게 퍼부었으며, 국민들도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는 등 IMF 사태는 2000년 말까지 이어졌다. 결국 방만한 기업경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국민들이 나서 도와 준 셈이다.

현재는 외환 보유고가 1997년 당시와 달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으나, 1997년 외환위기는 단지 외환 보유고 관리 실패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경제 체질의 문제로 지적되어 재벌개혁이 요구되었다. 비록 현재는 재벌들이 자기 살 길을 만들기 위해 사내 유보금을 비축하는 등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계를 비롯한 중소기업 등 서민경제는 무방비 상태이다.
더욱이 세계경제도 1996년과 상황이 다르다. 샌드오일로 유가가 급락해 산유국과 신흥국들의 경제가 위기에 몰려 있으며, 우리나라도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중국 경제의 버블로 인해 중국이 위기에 직면하면 그 피해는 한국이 가장 먼저 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때문에 우리 경제의 체질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 시작은 가계와 중소기업의 과도한 부채를 줄이는 것이며,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소득증대 뿐이다. 현재 대기업이 누리는 부는 정부의 특혜 정책으로 인한 것이므로, 정부는 대기업 특혜 정책을 버리고 가계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아닌 임대주택 공급 등 주택 안정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국회를 압박하며 처리를 강행하려 하는 각종 악법들은 철회되어야 하며, 야당에서 제출한 재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과 간접고용·비정규직 양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리점거래공정화법, 유통산업발전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간접고용노동자고용승계법 등 15개 법률안 등은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
경제정책에는 항상 얻는 사람과 잃는 사람이 있다. 어떤 정책이 사회 양극화를 막아내고 내수 선순환 경제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지, 어떤 정책이 95%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인지 유권자의 권리로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재벌의 특혜는 독재의 유산이며, 정경유착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글 박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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