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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가족과의 소통을 위해 시작한 농촌생활, 운수면 화암리 이병학씨 부부

[188호] 입력ㆍ발행 : 2014-01-14
딸기 농장에서 꿈꾸는 가족의 행복, 채나네 딸기농장



읍내에서 곧게 쭉 뻗은 도로를 달려 구름과 물이 많다는 운수면으로 들어서면, 도로를 따라 나란히 늘어진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이곳에는 딸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내밀어 하우스 옆 창문을 보면 바닥에 나지막하게 자라고 있는 딸기들이 보인다. 이병학씨도, 그리고 이병학씨의 친구들도, 모두 여기 오밀조밀 모여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귀농인들이다.

이병학씨는 사십 여년 넘게 부산에서만 살아온 부산토박이였다. 시골생활이라고는 해 본적이 없는 이병학씨가 귀농을 하게 된 연유는 바로 ‘시간’ 때문이었다. 평소 소중한 가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가장 중요시 하던 이씨였지만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가족을 위해 일을 늘리다 보니 매일 11시~12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계속 일에만 얽매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직장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아빠와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섭섭함과 불만은 점점 커졌고 아이들과 전혀 놀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너무 많은 일에서의 도피를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최소한 네 가족이 먹고 살기는 해야 했기에, 고민 끝에 귀농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렇다고 아예 연고가 없는 낯선 곳으로 가기엔 막막했기에 친구부모님과 친구가 귀농한 고령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귀농 마음을 먹은 후에도 막상 아내에게 말 꺼내기가 참 어려웠다고 한다. 이렇게 한참을 고민 끝에 겨우 건넨 귀농하고 싶다는 말에 예상한 것과 달리 아내가 너무나 흔쾌히 ‘그러자’고 했단다.

“평소에 아내가 옆에서 저 힘든 걸 많이 봤었거든요. 그래서 아내가 제 입장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고 제가 조금 덜 힘들어할 수 있는 쪽으로 자신의 마음을 실어준 것 같아요. 너무 고마웠죠.”

이해심 많은 아내의 마음에 보답하고자 부산에서 고령으로 올 때 아내에게 매년 여행을 보내주고 명품가방도 선물 하겠다는 공약도 내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그 약속을 지켰고, 내년에도, 앞으로도 쭉 지킬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절대 농사의 ’농‘자도 안 시킬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했다는 이씨지만 농사일을 체험해 보니 도저히 함께 하지 않고는 안 되겠더라며 씩 웃는다. 아내는 아직 농촌 생활에 많이 힘들어하지만 자신은 지금 이렇게 아내와 함께 농사일을 하며 살을 부대끼는 것이 너무 좋단다.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 일반 직장 생활과 달리 농사는 1년 내내 일을 하긴 하지만 농번기와 농한기가 나누어져있어서 일할 때 정말 열심히 일하고 농한기에 여유를 가지고 푹 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딸기 농사의 경우에는 5월 정도면 끝나고 한 달 정도의 여유가 있기에 여행도 다닐 수 있어서 좋단다. 

현재 이씨는 딸기 하우스 6동을 토경 재배하고 있다. 지금 이곳에 나란히 늘어선 딸기 비닐하우스를 가지게 되기까지는 먼저 들어온 친구 박기수씨의 노력이 컸다고 한다. 귀농을 결정하면서 아무 것도 몰랐던 자신에게 친구이자 귀농선배인 박기수씨가 동네의 시세, 이정도 규모의 딸기 재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그리고 딸기 재배방법까지 손수 다 알려주어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제가 임차한 논 주인이 세분이에요. 제가 나란히 비닐하우스를 세울 수 있도록 친구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애써줬지요. 사실 제가 ‘맨땅에 헤딩’하듯이 귀농을 했음에도 이렇게 고령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건 그 친구가 하나하나 신경을 잘 써 줬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이씨의 표현처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귀농을 한 상태에서 딸기재배를 시작하느라 바빴기에 귀농교육을 받지 못했고 간간히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딸기교육만 들은 게 전부였다. 그런 바람에 일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부딪히는 것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엔 공부 좀 해야겠다 싶어 3월부터 마이스터 대학에 딸기학과를 다니고 있단다. 원래 마이스터 대학은 농사 경력 7년 이상만이 지원이 가능하지만 딸기학과가 신설되는 덕분에 운 좋게 입학했고, 함께 마이스터 대학에 재학 중인 분들이 다들 농사 20~30년 경력의 베테랑 분들이라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가족을 이끌고 귀농을 결정한 만큼 이씨에겐 귀농을 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다고 한다. 다행히 작년에 첫 수확했던 딸기의 경우에는 판로를 걱정할 필요 없이 친구 아버지가 거래하던 부산의 청과상회에 위탁 판매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까지의 거리 문제도 있고 거래처 규모상 소화할 수 있는 수량의 한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신설된 조합을 통해 딸기를 함께 판매할 예정이란다.

“같은 빌라에 사는 친한 형님분이 덕곡에 새로 생긴 ‘베리마루영농조합’에 함께 들자고 권유 하셨어요. 여러 명이 함께 딸기를 판매하게 되면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대량의 딸기를 납품할 수 있는 거래처가 생기니 한시름 놓았죠.”

이제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이씨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고설재배를 해 보고 싶단다.

“전 ‘뽀대나는’걸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농사도 같은 소득과 같은 작물이라도 전 좀 더 괜찮은 환경에서, 일명 ‘뽀대나게’ 농사를 짓고 싶어요. 그래서 남들이 봤을 때 좀 더 ‘아 귀농 할만하다.’ 싶은 모습으로 농사를 하는 거지요. 앞으로 좀 더 도로가에 가서 간판도 걸고 다른 사람들 보란 듯이 고설 농사를 짓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점차적으로 육묘사업도 할 예정이고요.”

이씨에게 후배 귀농인들에게 알려주고픈 말이 있는지 물어보자 자신은 귀농 전까지 딸기를 사먹어만 봤지 딸기를 어떻게 농사짓고 얼마나 수익이 나는지 전혀 미리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적어도 귀농을 하려면 어떤 작물이 고소득인지, 그 작물이 어디 특산물인지 찾아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디서 무엇을 키울지 잘 생각해야 합니다. 같은 작물이라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서 가격이 차이가 나거든요. 그리고 판로문제까지도 세밀하게 고려해야 귀농 후 덜 힘듭니다. 또 농사짓는 환경에서 내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을까도 생각해야 해요. 특히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귀농할 경우에는 도시근교가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도시에 대한 ‘향수’같은 것이 남아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도시에 나갈 수 있도록 도시와 가까운 편이 좋은 것 같아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농사일을 시작하니 익숙하지 않은 실력으로 기계다루는 것부터 시작해서 딸기를 심기 위해 땅을 고르고, 딸기 심은 후 돌보는 일 하나하나가 모여서 복합적으로 꽤나 힘들었다는 이씨지만 직장 다닐 때 스트레스와 농촌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비교하면 절반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부산에 있을 땐 자신을 닮아 내성적이던 딸이 고령에 오고 난 후 부터는 사교성도 좋아지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학교에서 딸 이름을 대면 모르는 아이들이 없다며 만면에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 지금도 딸 얘기만 하면 싱글벙글 좋은 기색이 역력한 ‘딸바보’ 이씨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어깨가 참 무겁다. 하지만 이씨네 비닐하우스 속 딸기 꽃이 활짝 피었듯 이씨네 가정에도 행복한 일만 가득 피어오르길 기대해본다. 

고령군농업기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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